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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륵불 (彌勒佛)
작성자 박상근 등록일 2006-04-28 조회수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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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미륵불은 불교의 부처중에서 미래불에 해당하는 부처다. 따라서 미륵불상은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전국에 조성되었다. 즉 내세를 편히 하거나 고통스러운 현세를 잊게 하는 미륵불이 나타나 구원 해주기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미륵불은 미래에 대한 인간의 희구가 깃들어 있는 미래불이다. 석가모니 부처가 열반에 든 뒤 56억 7000만 년이 지나면 이 사바세계에 출현하는 부처다. 따라서 현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부처지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생애가 끝나기 전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빌고 또 추구한다.

미륵불이 나타날 때의 세계는 땅은 유리와 같이 평평하고 깨끗하며 꽃과 향이 뒤덮여 있다고 한다. 지극히 온유로운 세계이고 광명이 비추어지는 세계다. 이 시기에 인간의 수명은 8만 4000세나 되며, 지혜와 위덕이 갖추어져 있고 안온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같은 이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과학적 주장은 불교의 사상이나 종교적 이치를 포용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륵불의 사상에 기대보면 이 세계에는 케투마티(Ketumati)라는 성이 있고, 상카(sankha)라는 왕이 정법(正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데, 이 나라에는 수많은 보배들이 길거리에 즐비하지만, 사람들은 이 보배를 손에 들고 <옛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서로 싸웠으나 오늘날은 이것을 탐하거나 아끼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지극히 온유로운 사상이다. 미래의 축복을 예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름다운 세상에 미륵은 수범마와 범마월을 부모로 삼아 태어난다. 그는 이미 전생에서 부처의 세계에 들어 수행중이다. 그는 이미 태어나기 이전에 부처의 자질을 갖추었다. 태어나면 출가하여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하고 3회에 걸쳐 사제(四諦), 십이연기(十二緣起) 등의 법문을 설한다. 일설에는 단 3회의 설법에 세상을 고통에서 해방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곳곳에는 용화사라는 절이 수없이 많은데 이는 지극히 불교적인 용어고 따라서 용화사라는 절 이름이 있는 경우에는 미륵불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용화사, 용화수는 미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륵불은 6만 년 동안 중생을 교화한 뒤 열반에 든다. 그러나 일반인은 죽어서 미륵불의 세계인 용화세계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에서의 갖가지 노력이 요청된다. 이는 불교의 정신에서 보시로 표현되는 사상이다. 불자의 도리는 자신만의 안녕과 복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모두 포용하는 것이다.

즉 용화세계에 나투기 위해서는 경(經), 율(律), 논(論)의 삼장(三藏)을 독송하거나, 옷과 음식을 남에게 보시하거나, 지혜와 계행(戒行)을 닦아 공덕을 쌓거나, 부처의 향화(香華)를 공양하거나, 고통받는 중생을 위하여 깊은 자비심을 내야 한다. 사람으로서 충분히 수행하고 보시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인간은 자신의 자아에 반하고 물욕으로 인하여 이를 실천하기 어려우니 참으로 난해한 것이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타인을 위하고 보시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인욕과 계행을 지켜 깨끗하고 자비로운 마음을 기르쳐야 한다. 즉 자신을 수련하고 청정하게 하여야만 한다.

타인과 부처를 공양하여 절을 세워 도리를 익히고 설법하거나, 탑과 사리를 공양하며 부처의 법신(法身)을 생각하거나, 사람들을 화해시켜 주거나 하는 등의 공덕으로 용화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지금의 이상에 비추어 지극히 평화로은 사상이니 남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포용성을 지녀야 한다.

결국 이 미륵신앙은 미륵불이 출현하는 국토의 풍요로움과 안락함에 대해 설함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죄악의 종자와 모든 업장과 번뇌의 장애를 끊고 자비심을 닦아서 미륵불의 국토에 나도록 하자는 데 그 진의가 있다. 미륵불 사상에서 요구하는 수행과 보시, 불국토 건설은 그 자체로도 평화로운 것이며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사상이니 바로 이상향이라 할 것이다.

미륵불은 이미 오래전에 이 세상에 존재했으며 전래되었다. 고구려에서는 죽은 어머니가 미륵삼회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미륵불상을 조성하였고, 백제에서는 미륵삼존이 출현한 용화산 밑 못을 메우고 미륵사를 창건하였다. 삼국시대에는 미륵사상이 만연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삼국이 전쟁을 벌이고 민생고가 있거나 죽음의 두려움이 덮쳐올 때는 여지없이 미륵신앙이 대두되었다.

신라에서는 진자(眞慈)라는 승려가 흥륜사(興輪寺)의 미륵불 앞에서 미륵불이 화랑으로 현신하여 세상에 출현할 것을 발원한 결과 미시(未尸)라는 화랑이 나타났다거나, 김유신(金庾信)이 그의 낭도를 용화향도(龍華香徒)라고 불렀던 것 등도 모두 이 미륵신앙의 긍정적인 일면이다. 용화라는 말은 바로 미륵을 대별한다. 즉 용화라는 말은 미륵이라는 말과 동일시 되는 것이다.

반면 후삼국의 궁예(弓裔)가 정치적인 계산으로 자칭 미륵불이라 한 것이나, 고려 우왕 때 이금(伊金)이 미륵불로 자칭하며 혹세무민한 일 등은 모두 미륵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들이다.

미륵불은 풍수적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풍수는 도선국사가 풍수를 주창하기 이전에 자생풍수가 이미 있었고 그 이후에 중국의 이론적 풍수가 들어 왔는데 한국적 풍수의 뿌리는 전통 사상이나 풍속에 기인한다. 즉 풍수는 단순히 이론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민족의 전통이나 무속, 사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미륵불은 동네 어귀나 절터 입구, 절의 마당. 마을의 언덕 등에 집중적으로 세워지는데, 불상으로서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지만 다른 의미도 적지 않다. 때로는 지방에서 미륵을 일러 수막이, 수살막이. 살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장승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즉 이름으로 파악하면 미륵은 장승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같은 이치와 이름은 미륵불이 마을의 안녕을 빌거나 액을 물리치는 기능을 보여준 것이다. 이같은 역할은 이미 불교가 이 땅에 오기 이전에 형성된 사상으로 미륵불이 전통 사상에 융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에는 미륵불이 마을 입구를 지키거나 경계, 표시, 그리고 허한 곳을 비보하는 풍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미륵불은 법당안에 모셔지는 경우도 있으나 절 마당에 세워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 경우 바라보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데, 바라보는 곳은 유난히 산이 낮은 벌판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바람이 들어오는 방향을 미륵불의 원력으로 지켜보자는 풍수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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