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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樓), 누각(樓閣)
작성자 박상근 등록일 2006-06-10 조회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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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흔히 누정(樓亭)이라는 이름으로 두 글자를 합해서 쓰기도 한다. 따라서 누정은 누각과 정자의 약칭이다. 이와 같이 오래도록 사용해 온 명칭에서 나오듯 누각과 정자는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홍동할 가능성이 많다. 정자를 앞세워 정누라고도 하는데, 당, 대, 각, 헌, 청, 관, 관, 방 등도 누정의 개념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중 헌과 관을 제외한 건물은 대개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벽이나 문을 두지 않고 높이 지은 다락 모양의 건축물이다. 정자라 하면 대부분 사방이 트여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인 현상이다. 정자는 누각에 비하여 비교적 작은 건물이다. 정자 역시 벽이나 문이 없고 기둥 위에 지붕만 덮는다는 것은 누각과 비슷하다.
누각이란 가족 집단의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살림집이 아니라 자연을 배경으로 한 남성 위주의 유람 내지 휴식공간으로 가실 외에 특별히 지어진 건물이다. 특히 양반 가옥의 누각은 남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시문을 논하거나 풍류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각은 개인의 장원보다는 열린 공간에 더욱 많으며 관청의 건물로도 많이 지어지는 건축물이었다.
한자로는 樓閣 이라고 쓴다. 사전적으로 명사에 해당하며 다락집의 형상을 가지는 건축물이다. 이층이나 삼층으로 지은 한식집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의어로 대각(臺閣)이라고 부른다. 각(閣)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각자(各) 찾아 들어와 쉬기 위한 큰 문(門)이 달린 집으로 누각을 뜻한다.
고려시대 가장 뛰어난 문필가로 칭송을 받는 사람 중 한사람인 이규보는 누구보다 건축물과 풍류에 뛰어나 건축물에 대한 많은 해설을 남겼다. 이규보는 다양한 건축물에 대해 해것을 남겼는데 누각에 대한 해석으로는 2층으로 된 집이라는 의미로 중옥야(重屋也)라고 정의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자와 누각을 오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혼동하기도 한다.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헛갈리기 쉬우나 누각에 비교해 정자는 작활연허창자(作豁然虛敞者)라고 하였다. 즉 정자는 사방이 개방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허창(虛敞)한 공간적 성격을 갖는다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누각은 건물구조적인 측면에서, 정자는 공간특성적인 면에서 정의하였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건물구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정자보다도 누각이 더 허창할 수 있다. 이 말은 정자가 허창하여 방이나 벽이 없다는 말이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누각이 더욱 허창하여 벽이나 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누각이 정자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더 허창하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그 첫번째는 누각에 방이 있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사실이다.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누각과 정자를 조사해 보면 누각에 방이 있는 경우는 약 20%, 정자는 50%로 나타났다. 정자가 방이 달린 경우가 더욱 많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자는 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잇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자에 방이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상은 최근세의 인식 때문이다. 즉, 전통 적인 정자의 개념이 아니라 최근세에 지어진 정자의 경우 방을 들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 누각과 정자를 비교해 보면 누각에 방이 없는 경우가 80%나 되기 때문에 벽체가 없이 외부공간과 많이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각의 공간이 더 허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자의 경우도 방이 있는 경우는 드문데 때때로 방이 있어 정자라는 건물의 기능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 방의 기능은 이곳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즉 방이 있다는 것은 잠을 자거나 비바람 속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정자는 살림집은 아니라 해도 목적이 드러나는 공간이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누각이 벽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자에 방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반반인데, 방이 있는 경우는 비록 잠시 머물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그래도 필요하기 때문에 조성한 것이다. 정자에서는 학문 탐구나 제자를 위한 교육 등도 여기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방이 필요했다. 특히 경상도 지방인 경우 정자는 선조들의 큰 업적들을 후손들이 잊지 않기 위해 조성된 것이 많기에 제실의 기능을 함께하고 있었고, 방이 대청을 중심으로 양편으로 나누어진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정자가 더 허창한 경우가 있는 이유는 입지 때문이다.
누각이 객관에 딸린 것이라든지, 서원의 문루라든지, 사찰의 누각들은 허창한 것이 최우선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자의 경우에는 특정의 목적에 의해 특별나게 허창한 경우가 적지 않다.
누각은 여러 용도로 지어진다. 사찰의 문루, 성벽의 누대, 개인 살림집의 권위적 발상과 개인 사저의 풍류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산천경계가 좋은 곳에 자리한 누각도 적지 않으며 관아의 누대나 누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누각의 위치를 보면 대개가 경개가 뛰어나서 전망이 좋은 배산임수의 자리에 지어졌고, 군사적 목적으로 지은 성대의 누대, 변경지방에서 적세를 탐지하기 위해서 세운 누각도 있다. 누각은 그것이 세워진 위치나 건립한 취지에 따라 그 기능이 다양하다. 때로는 정자와 동일한 기능을 지닌 누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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