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 년전, 혹은 천 년 이전,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심어졌거나 자연적으로 씨가 뿌려진 나무들이 자라 현재의 노거수가 되었다. 노거수들은 여러 그루, 혹은 수십그루가 같이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 혼자 살아남은 경우가 대부부분이다. 현재 살아있는 노거수가 아주 적었을 당시에는 주변에 같은 수종의 나무들이 여러 그루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다른 나무는 모두 죽었으나 그 나무만은 아직도 살아남아 문화재로 지정 받았을 것이다. 노거수가 살아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하나가 나무가 위치한 땅이 다른 곳에 비교해 가뭄에도 견딜 만큼 물이 적당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큰 나무는 더욱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노거수 주변에서 샘이 나오는 이유는 이같은 이치를 설명해 주기에 충분하고 몇몇 노거수는 마을의 샘이나 강가, 논 옆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거수가 살기 위해서는 병충해가 몰려와도 능히 이겨내고 자랄 수 있도록 내성이 강하도록 양분이 알맞아야 한다. 물론 병충해에 강한 나무이기도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나무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일 것이다. 때때로 태풍이나 돌풍, 혹은 거친 바람에 쓰러지기도 하는데 노거수들은 그같은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거나 시련을 적게 받는 입지를 가져야 한다. 즉 사방이 막혀 바람이 휘몰아치지 곳이거나 주변이 아주 넓어 바람이 약하게 퍼져 부는 곳이어야 한다. 또한 햇빛도 알맞은 곳이어야 한다. 이같은 조건은 인간이 최상의 양택지로 선정하는 곳과 너무도 닮아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집과 물, 곡식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듯 나무도 다르지 않아서 나무가 한 곳에서 천 년이 넘도록 살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라야 한다. 만약 그곳에 사람이 집을 짓고 살았다면 사람 역시 장수와 복록을 누렸을 것이다. 따라서 노거수가 입지한 터는 생기(生氣)가 충만한 풍수적 길지로 볼 수 있으며, 그 결과 풍수학에서 찾는 명당이란 등식이 성립된다. 백년 이상을 살아온 노거목과 거목을 우리는 통상 노거수라고 부른다. 이 노거수들은 때때로 몇 백년을 살아 절터나 오래된 건물터, 마을 입구, 우물가에서 사람들의 신심이나 애환을 같이 하였으므로 마을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으며 더 넓게는 한 도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나무들 중에는 호적에 올리는 등 인격을 부여한 곳도 있고 재산을 가진 나무도 있으며 제당에 모시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곳도 많다. 특히 마을의 노거수는 당(堂)이라는 이름으로 추앙받거나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몇 백년을 살아온 노거수들은 살아있는 생명문화재이다. 인간이 1백년도 살지 못한다는 사실에 미루어보면 노거수의 역사성은 더해 가기만 한다. 민족의 슬픔과 기쁨을 같이해오던 노거수들이 도로나 건물건설 등의 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서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다. 거목들이 산속에서 남몰래 배어지기도 하고 도로를 내기 위해 나무들이 잘리기도 한다. 현재, 도시화가 이루어진 곳에는 노거수를 찾기 힘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상님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왔던 살아있는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노거수들에 대해 현황파악과 보호, 관리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노거수와 풍수에 관련된 영향이나 연관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노거수는 대부분 역사적 인물, 혹은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산물인데, 이중 많은 나무들이 풍수사들이 심었음을 주장하고 있고 때로 전설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나무가 경기도 이천의 반룡송으로 한국 풍수학의 시조인 도선국사(道詵國師)가 그 일대에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올 것을 예언하며 심었다고 전한다. 물론 이천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인이 심었거나 풍수사가 심은 나무를 찾으라면 열명이 열손가락을 꼽아도 부족할 것이다. 이처럼 노거수들은 식물이나 수목학자가 아닌 풍수사에 의해 심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 해 주며, 그 숫자는 전국적으로 매우 많다. 따라서 노거수의 입지환경을 연구하는 것은 풍수학의 기본방향과 원칙에도 부합되는 연구가 되고, 나아가 현대의 생명 공학과 조경학, 그리고 도시설계학, 건축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현재 한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는 약 140그루에 이르는데, 사실 찾아보면 노거수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때때로 마을의 보호수라는 직함으로 살아남아 우리의 안녕을 굽어보고 있다. 노거수들은 주로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이팝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을 간직하여 신목(神木), 당산목(堂山木), 명목(名木)등으로 불리는 것들로, 오랜 세월 모진 풍상을 헤치고 살아남아 자연적 기념물과 역사성을 함께 지닌 나무들이다. 풍수와 노거수는 매우 유사한 의미와 연관성을 시사한다. 노거수가 자리한 터는 풍수적으로 길지에 해당되고, 주택도 노거수가 입지한 터와 같은 지형에 자리 잡으면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피할 것은 피하는데 논가나, 샘 근처, 혹은 물가의 나무는 비보적 풍수적 의도로 심은 것이기에 피해야 한다. 그러나 마을 중앙의 나무처럼 비보용으로 심지 않은 노거수는 매우 귀한 터에 자리하고 있다. 노거수가 입지한 터는 풍수적으로 좋은 입지를 보여준다. 주변산천의 지형을 도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상적인 마을과 집의 부지를 선정하는 기준과 조건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노거수가 자리한 터는 풍수적으로 안정적인 조건을 가지므로 사람이 살 만한 입지를 보여준다. 노거수의 존재는 풍수에서 양택, 혹은 양기 풍수라고 하는 학문의 결정체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할 마을의 입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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