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도 기맥이 흐르는 미륵리 사지
월악산에는 영험하고 오래도록 역사를 유지한 사찰이 아주 많다. 이중 사찰의 대표주자격은 역시 사적 317호로 지정된 충주 미륵리사지다. 충주 미륵사지는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에 있다.
미륵리사지는 고려초기의 석굴사원터다. 이 사원은 전실과 주실이 북향하는 특이한 배치며, 주실에는 독립된 미륵불입상이 중앙에서 북향하여 멀리 월악산을 바라보고 있다. 주변으로 석축을 쌓았다.
미륵불입상과 석등, 오층석탑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 단탑식 가람배치를 이루고 있다. 주실 앞에 전실이 있고, 전실 동쪽을 이어 큰 회랑지가 있으며, 회랑지에서 낮게 건물지 유구가 남아 있다.
이 절에 얽힌 전설로는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의 망함에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입산하러 가던 길에 누이인 덕주공주는 월악산 덕주사를 창건하여 남향한 암벽에 마애불을 조성하였고, 태자는 이곳에 석굴을 창건하고 불상을 북쪽으로 두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고 전한다.
작은 개울이 흐르는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좌측으로는 미륵불과 석등, 그리고 탑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사원을 관리하는 시설들이 있다. 석탑 앞으로 건너가는 작은 돌다리 앞으로는 거북바위와 온달장군이 가지고 놀았다는 공기돌이 있다. 무게가 제법 나갈 것으로 보이는 동그란 돌을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작은 개울을 건너 전면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석불입상이다. 월악산 줄기를 배경으로 삼아 길게 뻗어 나온 한 자락의 기맥이 눈을 잡는다. 기맥을 따라 내려온 물줄기 옆에 세워진 이 석불입상은 보물 제96호로 지정되어 있다. 언뜻 보아서는 물가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불상 앞에 일직선으로 서 있는 문화재는 미륵리석등이다. 석등은 유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보물 제96호인 미륵리석불입상과 이래쪽에 세워진 보물 제95호인 5층 석탑의 중간에 있다.
석등 앞에는 보물 제95호로 지정된 오층석탑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위가 산으로 둘러쌓여 적막하다. 그러나 천옥(天獄)처럼 가까운 것은 아니다.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월악산은 영기가 서려 있다.
일반적으로 기맥(氣脈)은 산능선을 따라 이동하고 특별한 경우에만 은맥으로 행진하여 연화부수와 같은 혈을 결지시킨다. 은맥을 찾기란 불가능할 때가 많으며 사람의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법이다. 은맥은 극히 휘귀한 맥으로 어디에나 널려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이론에서 기맥은 산을 따라 흐른다. 그런데 미륵사지의 경우는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륵사지의 미륵상과 석등, 탑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선 측면으로 보면 좌측으로는 물길이 따라 흐르고 우측으로는 산능선이 이어진다. 비록 낮기는 해도 산 능선으로 기맥이 흐르고 물과 능선의 사이는 불과 50여미터에 이르지 못한다. 그 사이의 작은 터가 길게 이어지고 미륵사지가 있다.
기이한 것은 미륵과 석등, 석탑, 그리고 귀부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자방(子方)을 향해 일직선으로 이어진 것일까? 패철로 측정해 보면 정확하게 자방(子方)은 아니다. 그러나 일직선이며 북향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믿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일직선으로 기맥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풍수사들 중에는 미륵불의 위치가 혈판(穴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지나친 억측이고 결과론적인 말이다.
풍수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 바로 이 기맥이다. 물론 절터를 보고 익히는 것은 양택 풍수의 정화를 배우고자 함이다. 그러나 음택 풍수의 요소를 지닌 것이 바로 이 사찰의 풍수인 것이다. 단순히 양택만이 아니라 음택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 것이 바로 사찰의 풍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눈여겨 볼 이유가 있다.
우선 교쇄를 보는 것이다. 고래로 이어져 온 전통사찰의 대부분은 교쇄가 잘 이루어져 있다. 즉 풍수적으로 교쇄를 이룬 곳이 수도처나 기도처로서 좋다는 것이고 이 이론은 살풍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다음이 기맥이다. 이 기맥론은 양택보다는 음택에 우선하는 것이며 유명 사찰의 일부에서는 극명하게 보여진다. 예를 들면 유명 사찰의 일부에서 고승의 신도비나 유구, 혹은 사리탑을 세울 때 이름하여 혈(穴)이라고 불리는 터에 세우게 되는데 여주 신륵사, 양주 회암사지, 용문사 정지국사 부도, 기타 여러곳의 사찰터에 유명한 고승의 사리탑이나 부도가 명당에 세워져 있다. 만약 혈을 찾지 못하면 기맥을 태워 부도를 세우는데 이 경우는 음택 풍수의 기본인 장승생기(葬乘生氣)의 법칙에 벗어남이 없다.
백가지 칭찬 중에도 흠결이 있는 법이다. 월악산은 유난히 치마바위가 많은 곳이다. 바위가 많은 곳은 대부분 치마바위가 드러나는 곳인데, 이 경우 기도가 잘 되는 곳이지만 음기가 강해 여인들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다. 예로부터 치마바위는 난의사(難衣沙)라 하여 여인의 치마가 줄에 널려 펄럭이는 모양으로 여인들의 정조가 약해지는 곳이라 하였다. 마음을 놓지 말 것이며 마음을 바로 할 것이다. 미륵사의 경우에도 주차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가 난의사이니 몸가짐을 바로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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