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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안 낙수정
작성자 박상근 등록일 2006-06-08 조회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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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수구에 자리한 낙수정과 비보림

천안시 동면 해암리에는 낙수암(落水岩) 바위와 낙수정(落水亭)이 있다. 낙수정은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알려진 것은 아니다. 아울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관산지로도 알려진 곳은 아니다.

낙수정을 찾아가려면 천안에서 접근하는 방법과 진천 방행에서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 즉 천안과 진천의 중강지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천안방면에서, 혹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목천나들목을 이용한다. 독림기념관이 있
는 목천 나들목에서 나서 병천을 지나쳐 21번 도로를 이용하여 진천 방향으로 향한다. 21번 도로를 이용하여 진천읍을 지나다 보면 동면 사무소가 있는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끝에 다다르면 동산교라는 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는데 입구가 그다지 크지 않고 검은 돌로 행암리라는 표식이 있다. 이곳에서도 약 2킬로미터를 들어가야 한다.

만약 진천에서 들어가거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진천 나들목에서 나서 진천읍내로 들어간다. 진천에서 17번 도로를 이용하여 천안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 길을 따라 달리면 진천읍내에서 약 5킬로미터를 가서 길이 갈라진다. 이곳이 사석리 성암초등교 앞인데 우회전하여 21번 도로를 이용한다. 21번 도로를 달리면 좌측으로 김유신 장군 태실지와 보탑사입구를 지나친다. 이 도로를 이용해 달려 장교현이라는 고개를 건너면 천안 동면이다.

고개정상에서 약 5킬로미터를 가야한다. 중간에 천동관광농원입구와 천동주유소를 지난다. 그리고 동면사무소가 있는 마을 입구에서 우측으로 행암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행암리로 들어가다 약 2킬로미터를 들어가 왼쪽을 보면 작은 산이 있고 그 위에 정자가 있다. 입구에는 돌로 만든 표지석이 있다.

행암리는 마치 조개껍대기처럼 보이는 마을이다. 즉 포근하게 감싸여 언뜻 보면 복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정면의 높은 산은 해발고도 403미터의 몽각산이고 좌측은 298미터의 높이를 지닌 광덕산이다. 우측은 멀리 412미터의 덕유산이 있으나 몽각산에서 뻗어나온 지각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마을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몽각산은 그 푸르름만으로도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여러개의 골이 있으나 답답하지 않고 날카롭지도 않다. 몽각산에서 발원한 중출맥(中出脈)이 마을까지 길게 내려와 현재는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천연의 명당(明堂)에 자리한 공장은 혈에 이르는 맥에 자리하고 있다.

행암리 입구에는 몽각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의 집결지에 낙수암과 낙수정이 자리잡고 있어 찾는 이들을 한결 상쾌하게 하는 휴식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다. 마을 입구에 해당하는 이 곳에는 마치 독산(獨山)처럼 보이는 산자락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마을에서 입구를 바라보면 좌측의 산자락이 이어져 마지막에 융기하여 솟아올랐음을 볼 수 있다. 전국의 태실(胎室)과 유사하게 솟아오른 모습읒 전형적인 돌상(突象)의 모습을 보인다. 이곳에 혈이 맺혔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곳 정상에는 1974년 마을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정자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는 정자가 있어 낙수정이라 부르는데 바닥은 시멘트의 주춧돌을 놓았다. 아마도 과거에는 이곳에 정자가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낙수정은 행암리 마을입구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빽빽한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 깊은 산중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듯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이 불어나면 물소리도 들려오지만 평소에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와 같은 특징은 이곳에 묘역을 조성할 수도 있는 음택지로도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낙수정은 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로 출입하는 사람을 살피고 더위를 식히며 때로 물이 옆에 있어 즐기기도 하는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혈판에 지어진 이 정자 아래는 낙수암이라는 바위가 있다. 이곳 낙수암은 조선조 성리학의 대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직접 그 글씨를 썼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넓은 바위에 음각되어 있다. 그다지 큰 바위는 아니지만 열명 정도가 앉아 쉴수 있을 정도이고 그 옆에는 최근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정자가 또 있어 시원함을 즐길 수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또 있다. 낙수암을 중심으로 시지정 느티나무를 비롯, 수백년된 나무 다섯 그루가 둘러싸고 있어 자연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낙수암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그 소리가 마치 폭포를 연상케 할 정도다. 그런데 이 나무는 단순하게 심어진 것이 아니다.

마을 안에서 살펴보면 좌우의 산이 낙수정 앞에 다다라 끝이 나는데 낙수정 앞의 좁은 물골이 차가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즉 마을로 통하는 계곡으로 인해 마을을 가린 교쇄가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풍수에서 양기(陽基)로 지칭되는 사람이 살아야 할 마을의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쇄(交鎖)라고 하는 개념이다. 즉 마을 앞이 열려 바람이 밀려 올라오거나 거칠 것 없이 살풍이 밀려오면 좋은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교쇄가 무너지거나 열려 있는 지형에서는 나무를 심거나 장승을 세우는 등의 비보풍수를 하였다. 특히 나무를 심어 강풍을 차단하는 풍수림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암리 낙수정 부근의 오래된 나무들은 막연하게 심어진 것이 아니고 마을로 스며드는 살풍을 막고 마을의 기운이 계곡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조성한 전형적인 풍수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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