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를 다시 찾았다.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으로 신라 때의 기단 위에 초석을 다듬고 앞면 5칸, 옆면 3칸으로 건립하였다. 고려 중기의 건물로 안동 봉정사 극락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목조건물이며, 국보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다. 1916년 해제 보수 때 발견된 묵서명에 의하면 1358년(고려 공민왕 7) 왜병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1376년(우왕 2)에 중수하였다고 한다. 그 후 1611년(조선 광해군 3)에 서까래를 교체하고 단청을 하였고, 1969년에는 기와를 보수하였다. 무량수전에서 가장 관심있게 볼 부분은 평면의 앙곡, 기둥의 안쏠림과 귀솟음, 배흘림, 항아리형 보 등의 의장수법이다. 이것은 모두 착시에 의한 건물의 왜곡현상을 막는 동시에 가장 효율적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고도의 기법들이다. 먼저 앙곡은 건물의 중앙보다 귀부분의 처마 끝이 더 튀어나오도록 처리한 것이며 기둥의 안쏠림과 관계가 있다. 안쏠림은 기둥 위쪽을 내부로 경사지게 세우는 것이다. 이 건물에서는 앙곡과 안쏠림이 공포의 벽면에까지 적용되어 마치 평면이 오목거울처럼 휘어 있다. 다음으로 귀솟음은 건물 귀부분의 기둥 높이를 중앙보다 높게 처리하는 것인데, 수평 부재의 끝부분이 아래로 처져 보이는 착시를 막아준다. 배흘림 역시 기둥머리가 넓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막기 위한 것인데 무량수전 기둥은 강릉의 객사문 다음으로 배흘림이 심하다. 무량수전 안에는 소조불상이 모셔져 있다. 고려시대 소조 불상으로 국보 제45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견편단의 법의에 촉지인을 하고 동남향을 향해 결가부좌하였다. 이 불상은 뒤에 나무로 새긴 불꽃무늬의 광배를 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2.8m 높이의 소조상이다. 나발의 머리에 크고 둥근 육계가 올려졌고, 신광과 두광을 두 줄의 원으로 각각 구분하고 화염문을 돌려 주형거신광을 이루었다. 문양은 화염문과 당초문이 넓고 섬세하게 조각되었다. 이 좌상은 유례가 드문 고려시대 소조상으로서 신앙적으로 뿐 만 아니라 미술사적 가치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불상은 여느 법당처럼 남쪽 정면으로 향해 앉아 있지 않고 동쪽을 향해 서쪽에 앉아 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혹시 풍수적인 이유가 있다거나 호국적인 이유가 잇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협시보살도 없이 홀로 모셔져 있다. 아미타불이라고 한다. 본래 화엄경에서 이야기하는 주존불은 비로자나불인데, 이 곳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아미타불은 본래 법장 비구라는 보살로서 48가지의 큰 서원을 세우고 오랫동안 수행을 하여 서방 극락세게에 머물러 계신다는 부처다. 그가 머무르는 극락세계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한결같은 정성으로 간절이 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르며 정토에 가기를 원하기만 해도 왕생할 수 있다는 곳이다. 이러한 의도에서 신라 당시의 일반대중에게 가장 절실한 신앙의 문을 열기 위해 부석사의 본존으로 아미타불을 모시게 되었을 것이다. 아미타불은 끝없는 지혜와 다함 없는 수명을 가졌기에 무량수불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왜 비로자나불이 아니고 아미타불인가? 화엄종찰의 본산인 부석사가 왜 주불을 비로자나불로 모시지 않고 정토종의 주불인 아미타불을 모신 것일까? 여러이유가 있지만 화엄종이 서서히 힘을 축적하던 시기에 지어진 이 부석사는 민중의 안식과 포교를 위해 일부러 아미타불을 모신 것으로 보인다. 즉 비로자나불보다는 당시의 민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아미타불을 모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주불은 앞에서 바라보면 정면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미타불은 측면으로 앉아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여러 사람들 중에는 동쪽에 일본이 있으므로, 일본의 침략을 막아보고자 하는 비보 차원에서 주불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하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일견 그렇다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비보풍수적인 측면에서는 능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불가의 종파, 혹은 사상적 차원에서는 부석사가 화엄종찰임을 판단항려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즉, 화엄종의 주불은 비로자나불이다. 부석사에서 민중교화와 민중의 신앙을 위해 아미타불을 모시기는 했으나 비로자나불을 모시지는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비로자나불은 화엄종에서 인간을 횅복하게 해주는 부처로 인식되고 있는 사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에게 절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지만 방향으로 따지면 결국 비로봉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다. 무슨 소린가 하면, 무량수전의 아미타불 뒤를 직선으로 그으면 소백산의 정봉인 비로봉에 닿는다. 비로봉은 비로자나불을 의미하는 봉우리이니 화엄종찰인 부석사로서는 비로자나불을 향해 절하는 형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석사의 무량수전 아미타불이 동쪽을 바라보는 이유는 비보풍수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비로봉을 향해 절하는 의미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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