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현남 바닷가의 휴휴암은 최근 불교신자는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의 바위가 누운 관세음보살상과 그 보살을 향해 절하는 거북처럼 보인다고 해서 관음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첫인상은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중심적인 위치에 들어선 수퍼 건물이 눈을 어지럽게 하고 시멘트를 바른 전각이나 당우들도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 휴휴암이 좋은 곳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주변정리가 되지못한다면 어지러움 속에서 소란스러운 곳이라는 오명을 얻는다.
휴휴암은 그다지 큰 터도 아니고 번창한 곳도 아니다. 물론 불사를 일으켜 사세를 확장했지만 전래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다.대웅전을 비롯 몇채의 당우는 전통사찰의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시멘트의 숲에 가려져 버렸다. 법당 옆의 금송이 눈에 뜨인다. 소나무 중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치는 금송이 법당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다닥다닥 지은 법당과 건물 때문에 위축되어 보인다. 동해바다는 바위가 많고 해변의 바위는 만물상을 이룬다. 휴휴암은 동해 바다 변에 위치하고 있기에 바위를 그 바탕으로 삼는다. 물론 바위는 기맥의 증거이므로 이곳이 기가 강한 곳이라는 일반론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휴휴암에서 유명한 것은 동해바다에 나투신 관세음보살상이다. 내당의 앞쪽으로 나가 바다로 돌출한 넓적한 바위에서 다시 육지를 바라보면 큰 바위 아래 길게 누운 바위가 보이는데 누워 있는 관세음보살상으로 승격되었다. 그뿐 아니다. 각종 바위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이름을 지었는데, 발가락 바위, 손가락 바위, 발바닥 바위, 여의주 바위, 태아 바위 등이다. 이름 덕분인지 몰라도 멀리서 보면 그 형상을 그대로 닮아 있는 바위임엔 틀림 없어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이곳을 부산 기장의 용궁사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그 규모에서 대단한 차이가 있다. 비슷한 점은 있으니 바로 지나치게 비종교적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가장 종교다워야 한다. 마치 시장바닥처럼 내몰 일은 아니다. 조당 앞의 넓은 바위는 연화대라 하여 방생법회에 사용한다. 넓적한 바위 전체에 금줄을 둘러 기도처로 삼고 있다. 연화대로 올라가는 중간에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데, 미니 해수욕장이라 불릴만하다. 그 주변에 민박집이 몇 채 있는데, 지나치게 소란스럽다.
바다를 물로 삼고 낮은 산을 배경으로 배산임수의 법칙을 지키고 있다. 법당은 마치 삼태기 모양의 와우형 지세에 자리잡아 절의 입지로는 좋다. 산과 물, 바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풍수적으로 잘 배치 하였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환경을 적절히 응용하여 이를 종교적 경지로 승화시킨 지혜가 돋보인다. 사실 바위는 기맥의 증거고 휴휴암 정도의 바위는 흔한 것이 아니다. 기도처로서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다. 단지 지나친 상업성이 종교의 향내를 흐트려 버렸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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