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 김성수가의 연일정씨 묘에서 안산을 찾으려고 바라보면 정면에 마치 투구처럼 생긴 둥근 바위가 있다. 안산이기도 하지만 연일정씨의 무덤이 있는 이 마을 반곡이 행주형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 바위산은 묘역의 안산이고 마을로는 수구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형국으로 논하면 마치 배의 노와 같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창군(高敞郡) 아산면(雅山面) 반암리(盤岩里)앞 주전천이 환포(環抱)하는 언덕배기에 병을 거꾸로 세운 모습을 한 바위다. 변산에도 호암(壺岩)이 있지만 이곳도 호암이다. 이 바위를 두고 재미있는 설화 하나가 전해진다. 옛날 선인봉(仙人峰)에 살던 선인이 차일봉(반암 뒤)에 차일을 치고 잔치를 벌이던 중, 술에 취하여 잠을 자다가 그만 소반(小盤)을 차버렸는데, 굴러간 술병은 주전천 앞에서 거꾸로 서 버리고, 소반은 영모정 옆에 있는 지금의 자리까지 굴러와 놓이니, 금반(金盤)이라 부른다. 그래서 이곳에 반암과 호암이란 마을 이름이 생겨나고, 금반옥호(金盤玉壺), 선인취와(仙人醉臥), 선인무수(仙人舞袖)란 명당 형국명(形局名)이 생겨난 것이다. 병바위 정상에는 금복개가 있다고 오래 전부터 전해 왔으나 워낙 가파르다 보니 아무도 오를 엄두를 못 내다가, 한국전쟁 직후 김효영이란 산악인이 등정하여 금복개는 찾지 못하고 수 백년 된 소나무 분재만 채취해 갔다고 전한다. 또한 아산면 반암리 아산초등학교 뒤, 병 바위 좌측으론 높다랗게 절벽을 이루는 단애(斷崖, 낭떠러지)가 일직선으로 서있는데, 그 아래에 영모정이 있고, 마을이 밀집되어 있다. 형국은 보조로 사용하는 이론이다. 그 모양이 아무리 화려하여도 기맥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바위라고 혈이 없으라는 법은 없으나 형상이 빼어나다고 해도 혈상이 없다면 혈이라고 할 수 없다. 눈여겨 볼 것은 장막처럼 서있는 산의 앞이다. 호암 옆의 바위산은 정면에서 보면 장막처럼 보인다. 정면에서 보아 좌측은 호암이 있는 곳이고 우측은 영모정이 있는 곳이다. 이 사이로 한줄기 맥이 뻗어 나왔는데 이미 임자가 있어 자리를 잡았다. 기회가 되어 찾아간다면 호암만 볼 것이 아니라 장막과 같이 펼쳐진 단애 사이로 뻗어 나온 기맥을 찾고 그 위에 쓴 묘를 찾아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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