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사람들은 서건도를 썩은섬이라고 부른다. 왜 썩은섬일까. 섬의 토질이 죽은 흙이어서 그렇다고들 한다. 이 곳의 흙은 원래의 성질을 잃어버리고 푸석푸석하다. 그래서인지 물에 뜨는 돌인 부석(浮石)이 많다. 설에 따르면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썩은 냄새가 고약해 썩은섬이라고도 하며, 혹은 뭍과 연결돼 있어 섬의 원래 의미에 맞지 않아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전한다. 그런데 지도에는 썩은섬이 아니라 서건도라 적혀있다. 그렇다면 분명 잘못된 이름이다. 탐라고지도(1709년)에는 썩은섬의 뜻을 빌어 부도(腐島)라고 했으며, 이후 나타난 지도에는 소리를 빌어 서근도(鋤近島)라고 했다. 지금의 서건도는 국립지리원에서 지명을 조사할 때 ‘썩은섬’을 원음에 가깝게 표기한 것이다. 서귀포시의 끝단의 서건도는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으나 마지막 도로가 좋지 않다. 가까운 곳에 다다르면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서귀포에서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법환초교 옆에 서건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썩은 섬은 뭍과 약 200m 떨어져 있다. 수심 2m에 불과한 바닷물이 빠지면 양 옆으로 80m에 달하는 바닷길이 나타난다. 한 번 물길이 열리면 3시간에서 5시간까지 썩은섬은 섬이 아닌 뭍이 된다. 평상시에도 바위들이 튀어나와 있어서 이곳이 바닷물 속으로 길이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다갈라짐 현상” 이란, 주위보다 높은 해저지형이 해상으로 노출되어 마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것 같이 보이는 자연현상으로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같이 해저지형이 복잡하고 간만의 차가 큰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진도, 무창포, 사도, 제부도, 서건도, 실미도 등에서 일어난다. 이와 같은 바다갈라짐은 해수면의 높이 차이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육지와 연결된 용맥의 흐름이다. 이를 과협의 일부로 보아 해중과협(海中過峽)이라 부르기도 하고 도수협(渡水峽)이라 부르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드러나는 도수협이 서건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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