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제기동 274-1번지에는 사적 제436호인 선농단이 있다. 제하철 1호선 제기동 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선농단길이라 부르는 골목길을 따라 약 7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우측으로 숲이 나타나고 선농단어린이공원도 나타난다. 그 숲 안쪽에 선농단이 있지만 출입은 제한된다.
선농단은 조선시대 역대국왕이 농사신인 제신농씨와 곡식신인 후직씨에게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총 면적이 523평, 규모 4m×4m이다. 이곳에서의 제사도 마음대로 치르는 것이 아니다. 예조에서 경칩 후 길한 해일을 골라 제일을 정하면 임금은 3일전부터 재계하고 당일 새벽에 이곳에서 여러 중신 및 백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를 올린다. 제사가 끝나고 날이 밝으면 임금이 친히 쟁기로 밭을 가는 시범을 보였는데 이를 친경례라 한다. 왕이 몸소 농사를 실천함으로써 중신들과 만백성에게 농사의 소중함을 일깨우려 했던 의식이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면 왕은 중신 및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참가자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 소를 잡아 국말이밥을 내렸는데 이를 선농탕이라 했으며 훗날 닿소리 이어바뀜으로 설롱탕으로 읽게 됐고 오늘에 와서 설렁탕이라 부르게 되었다.
1910년 경술국치 후 선농제향과 친경례는 사라졌으며 일제는 이곳에 청량대라는 공원을 조성하여 선조들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영원히 말살하고자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말부터 이곳 주민들이 선농단친목회를 조직하여 의식을 재현하면서 맥이 다시 이어졌다 선농단 근처에는 오래된 향나무가 있어 철책을 두르고 보호를 받고 있다. 선농단 향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40호다. 조선시대 초기 선농단을 축조할 당시에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선농단은 우리의 조상들이 농사를 중요시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순한 유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상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행위는 경천사상으로 발전하고 왕이 보여주는 의미는 국민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 농사신인 제신농씨와 곡식신인 후직씨에게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냈다는 것은 이미 만물을 하나의 신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신신농씨와 후직씨는 단순히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자연신이 의인화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자연신을 숭배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자연숭배사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사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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